화분을 들이고 꽃다리를 건너 보내고를 반복하다 본격적으로 식집사가 된 계기는
노란색이 좋다고 해서 노란커튼과 노란 테이블보를 사는 등 우울해 보이는 딸의 맘을 업시켜 줄 방법을 찾던 시기였다.
자스민 향이 좋다고 해서 자스민 2종(학자스민, 함박자스민) 세트를 들이면서 나의 진정한 식물 사랑이 시작되었고 이후부터 하나둘 화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식물을 기르면서 식물 사랑의 노예가 되고 삶에 여러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보면 사람이 벼의 노예가 되어 유목생활에서 정착하는 과정이 잘 설명되어 있는데 실감이 난다)
1. 식물 이름 짓기
식물에 의미있는 이름을 짓기 시작한다. 오랜 세월 같이 하면서 정이들어서 깊은 인상을 줘서, 부를 이름이 필요해서... 또 유통명이 너무 어려워서 이기도 하다. (모든 식물에 이름을 짓는 것은 아니지만...)
2. 식물에게 말을 건다.
'얼마나 목 말랐어? 나쁜 엄마네. 나쁜 엄마네. 물도 안주고...', '깜짝 놀랬져요? 미안, 미안.', '얼마나 아팠어? 식물등이 앗 뜨거 했쪄요?'...
누가 옆에 있었다면 정신나간 아줌마라고 했을 듯. 하지만 나이 탓인지 모르느데 나도 모르게 식물이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서로 대화를 하곤 한다.
3. 자랑하고 싶어한다
자식 자랑 팔불출이라고 사진 찍기 위해 핸드폰을 끼고 있고 한순간 한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기록에 남기고 있다. 그리고 SNS에 올리기도 하는데 좋아요가 너무 적어서... ㅠㅠ 사실 속상하다. 유모차에 태워 데리고 다니면서 자랑할 수도 없고...
4. 특별한 옷을 입혀주고 싶어진다.
고가의 비싼 화분도 있고 오픈런해야 살 수 있는 화분도 있고 정말 식물키우기의 세계는 이해 못할 일 들이 많다. 그러나 어쪄랴 이미 사랑에 빠진 것을...
식물에 특별한 옷을 입혀주고 싶을 때가 있다. 이미 식물의 특성에 맞는 화분을 골라서 심어주고 있지만 그래도 색다른 화분들을 찾아 해매기도 한다. 그러다 못 찾으면? 내가 지어 입이면 되지. 맞춤으로...
5. 식물 친구를 자꾸 데려온다.
지금 식물이 외로울까봐 외로울까봐 친구들을 기회있을때마다 입양하게 된다. 사람의 욕심이 한이 없어서 온라인 오프라인 식물을 접할 때마다 집에 두고 싶은 맘을 억제하기 힘들게됐다. 마치 지금이 아니면 다시 못 만날 아이라는 생각을 참을 수 없게되는 맘의 병이 생기는데 전문용어로 지름신이 내려 텅장을 보장받게 된다.
6. 식물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진다.
식물에 대한 외국 자료도 찾아보고 깊이 있는 공부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식물키우기가 쉬워지는게 아니라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함정이 있다. 너무 심해지면 지나친 부담이 되는데 식물이 행복을 주지 않고 짐이 되는 것은 경계해야한다.
이때 식물공부에서도 행복을 찾으면 된다.(?)
7. 식물자격증에 눈을 돌리게 된다.
식물을 키운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은 나의 식물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식물키우는 노하우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한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꽃을 피웠고 얼만큼 성장했는지 자랑하려고 시작한 대화인데 난감하기 그지 없다.
식물공부를 막연하게 하기보다는 자격증을 도전하면 좀 더 체계적이고 꾸준하게 공부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찾아 본 식물자격증. 공인자격증만도
조경기능사(산업기사, 기사, 기술사), 시설원예기사(기술사), 원예기능사, 유기농업기능사(기사, 산업기사), 종자기능사(기사, 기술사), 화훼장식기능사(산업기사, 기사), 버섯산업기능사(기사), 식물보호기사(산업기사), 생물분류기사 등등
이밖에도 도시농업관리사, 치유농업사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나름 뿌듯하게도 작년에 식물보호기사와 종자기사를 취득했다. 올해 환갑이라 생의 마지막 자격증이 될 것 같다.
8. 식물 커뮤니티에 빠지게 된다.
열대어를 키워서 메다카 커뮤니티만 활동을 하고 있는데 우연한 기회에 그로로팟에 참여하면서 그로로 커뮤니티에도 자주 들르고 있다.
아직은 활발한 활동은 못하고 있지만 올해 퇴직하게 되면 도움을 받는 회원에서 도움을 주는 회원으로 성장하고 싶은 생각이다.
취미 커뮤니티의 공동점은 서로 나누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고 정말 인심이 후하고 정이 넘친다.
작은 개인 커뮤니티는 지속성이 떨어져 아쉬운데 반해 그로로는 홈페이지도 잘 되어 있고 온라인, 오프라인 운영체계도 탄탄해서 나의 노년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